사주 풀이에서 공망이라는 말을 만나면 어쩐지 서늘해요. 비어 있다니, 내 사주에 구멍이 있다는 말처럼 들리니까요. 그런데 공망은 누구의 사주에나 두 글자씩 있는, 60갑자의 구조가 만들어내는 자리예요. 왜 생기는지부터 보면 무서울 게 없어요.
왜 두 글자가 비나요
60갑자는 간지 육십 쌍을 10개 단위로 묶은 여섯 개의 순(旬)으로 이뤄져요. 순 하나 안에서 천간 10개가 지지 12개와 차례로 만나면, 셈이 끝났을 때 지지 쪽에 둘이 남죠. 이 남은 둘이 그 순의 공망이에요. 첫 순인 갑자순을 셈해 보면 자부터 유까지는 천간을 만나고 술과 해가 남으니, 갑자순의 공망은 술해가 되는 거예요.
내 공망 보는 법
공망의 출발점은 나의 일주예요. 밟을 단계는 셋뿐이고요.
- 만세력에서 내 일주부터 확인해요
- 내 일주가 여섯 순 중 어느 순에 속하는지 봐요
- 그 순에서 비는 두 지지가 내 공망이에요
순별 공망은 정해져 있어요. 갑자순은 술해, 갑술순은 신유, 갑신순은 오미, 갑오순은 진사, 갑진순은 인묘, 갑인순은 자축이에요. 다음은 이 두 글자가 내 원국의 지지 네 자리 어딘가에 실려 있는지 살피는 일이에요. 연지가 비면 초년과 뿌리의 영역을, 시지가 비면 말년과 자녀의 영역을 공망이 스친다고 읽어요.
비어 있음은 결핍이 아니에요
공망이라고 하면 그 영역이 아예 없다는 뜻으로 오해하기 쉬운데, 명리에서 비어 있음은 조금 다른 이야기예요. 채워지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 매달리게 되는 자리에 가까워요. 사람은 이상하게도 손에 잡히지 않는 것에 마음을 더 쏟으니까요. 재물의 자리가 비면 돈에 무심한 게 아니라 돈이라는 주제를 평생 궁리하게 되고, 명예의 자리가 비면 자리나 이름에 대한 갈증이 남달라지는 식이에요.
그래서 공망을 읽는 요령은 하나예요. 그 자리를 꽉 채우겠다는 집착을 내려놓는 순간, 공망은 나를 붙드는 자리가 아니라 홀가분한 자리가 돼요. 옛사람들이 공망을 수행이나 학문, 정신적인 세계와 연결해 읽은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비어 있어서 오히려 자유로운 거예요.
초승달의 60갑자 일주 페이지는 일주마다 해당 순의 공망을 함께 보여주고, 만세력에 생일을 넣어도 곧장 확인돼요. 내 빈자리가 어디인지 알아두면, 이상하게 마음이 오래 머물던 주제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